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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7장. 유혹의 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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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데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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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었다.

바람이 살을 에일듯이 차가왔다.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에겐 더욱 춥고 배고픈 계절이었다.


현애자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까닭 모를 설움이 가슴 밑 바닥을 차디차게 적셔오는 것을 느겼다.


(결국 이렇게 될 둘 알았어...)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 두손을 깊숙히 찔러 넣었다.바람이 차갑게 목덜미를 할퀴었다.

그녀는 걸음을 서둘렀다.

해가 서쪽 하늘에 반쯤 걸려 있었다.

이제 곧 해가 질 것이다.

해가 지고나면 겨울 추이는 무섭게 살을 파고 들 것이다.

그녀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대기업으로 부상하는 풍원건설 여비서에서 룸살롱 호스테스로의 전락.

그것이 그녀가 처한 현실이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몸가짐이 헤펐던 것이 잘못이었다.

사장에게 몸을 허락하고, 사장이 던져 주는 돈의 미끼에 현혹되어 이 사내 저 사내에게 몸을 맡긴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차라리 배광표 사장을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호스테스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걸음이 무거웠다.

직장인들은 벌써 퇴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출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퇴근하는 그 시간에 출근하여 대기실에서 화장도 하고 담배도 피우는 것이 그녀의 일과 준비였다.

오늘은 출근이 늦은 셈이었다.

그녀는 며칠째 출근을 늦게 하고 있었다.

룸살롱의 지배인이 어쩐지 그녀에게 룸을 지정해 주지 않아 그녀는 대기실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룸에 나가지 못하므로 일찍 출근랑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건 나보고 불야성을 그만두라는 뜻이야..)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탄력이 이었다.

호스테스 생활을 오래 한 직업 여성들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때묻지 않은 것이 흠일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룸을 지정해 주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그만두라는 뜩인 것이다.


사람이 망가지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1년 남짓 동안에 자신이 이렇게 까지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결국 단물만 빨아먹고 버린거야...)


배광표 사장이 주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현애자는 저축을 하고 장래를 준비하는 그런 성격이 못되었다.


"사내에 미스 현에 대한 말이 너무 많아.

미스 현, 대체 몸가짐을 어떻게 했길래 그래?"


11월 초순의 일이었다.

비서실장이 느닷없이 그녀를 불러 삿대질을 하고 책상을 두드렸다.

비서실 직원들이 모두 있을 때였다.

그녀는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의 뒤통수에 쏠리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화끈했다.


"그러잖아도 여비서를 보는 눈이 따가운데 미스 현까지 그러면 어떻게 해?"


그것은 노골적으로 너는 창녀야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할 말 있으면 해봐!"


그러나 그녀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몸뚱이 함부로 굴린 것을 자랑이라고 떠벌릴 수는 없었다.


"처신 좀 잘해!"


비서실장이 책상을 쾅 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찬 물을 뒤집어쓴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현애자는 그날 점심때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사표는 회사로 우송해서 보냈다.

그러나 닷새후에 총무부장 배기환으로 부터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미스 현 사표를 보고 사장님이 무척 아쉬워하더군.

일 잘하는 아가씨가 그만두어 손실이 크다는 거야."


회사 근처 다방에서 만나 배기환의 말이었다.

그는 배광표 사장의 인척되는 사람이었고 경리부장 배명환과는 사촌지간이었다.


"이건 퇴직금과 봉급이야."


배기환이 흰 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말없이 받아서 핸드백에 챙겼다.


"이건 사장님이 위로금이라고 주더군."


배기환이 또 하나의 봉투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겟어요."


"집안 형편도 어려운 모양인데 취직을 해야지."

"돈이나 벌겠어요."


"어떻게 ?"

"술집에 나갈래요."


그것은 현애자가 집에서 닷새 동안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생각해 낸것이었다.

그러나 딱히 술집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아니었고, 어차피 버린 몸 그런데 가서 돈이나 벌자 하는 생각을 했는데, 불쑥 그런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 내가 한군데 소개해 줄까? 술집이라고 아무데나 찾아 가면 몸도 버리고 돈도 못벌어."

"친절하시군요."


"미스 현 걱정이 되어서 그래."

"좋아요.소개해 주세요."


그렇게 해서 배기환이 소개해 줄 곳이 불야성이라는 룸살롱이었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자신이 오랫 동안 호스테스 생활을 해온 듯한 느낌을 들기까지 했다.

현애자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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