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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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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데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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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8월 말로 기억된다. 갓 제대하고 사회에 복귀한 나로서는 모든 것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당혹스러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어 있었고 달라진 현실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은 도피와 적극적인 도전이라는 두 가지의 갈래가 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도피처는 여자라는 점일 뿐이다.


복학은 내년이었으므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했고, 휴식이 지겨워진 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가운데 나에게 과외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학력고사와는 다른 수능시험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제의를 몇 번이고 고사했지만.

입대하기 전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의 실력향상을 알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높은 습기와 탁한 바람에 헉헉대던 오후의 어느 날….

먼 훗날 돌아볼 때 따가웠던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강렬했었다고 기억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다.


지난밤 열대야현상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나는 고막을 때려대는 전화 소리에 짜증을 내면서 서서히 현실이 열기 속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전화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앞으로의 생활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운명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보세요? 거기 김 선생님 댁 아닌가요?"


전화로 들려오는 앳된 여자의 목소리는 내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던 목소리였지만 나는 누군지 제대로 알 수 없었고

또한 나는 찾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는 것이라 아버지 학교의 제자라 생각되었고….


"네 맞습니다만.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그렇게 생각된 순간 내 입에서는 이런 대답이 튀어나왔다.


순간 내 목소리를 들은 그 전화 속의 여자는 약간의 의아스러움이 담긴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왔다.


"저. 혹시 진수 선생님 아니세요?"


전화 속의 여자가 말하는 이름은 내 이름이 맞지만, 그 호칭이 "선생"이라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나에게 선생이라는 호칭을 붙일만한 사람은…?


"네. 제가 김진수 입니다만. 누구신지…?"


순간 여자의 목소리에서는 반가움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생님, 저예요, 미나! 박미나! 모르시겠어요?"


미나라는 이름을 들은 뒤에도 나의 기억 속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고

여전히 의아해하는 나에게 그 미나라는 여자는 내 기억을 환기시켜야겠다는 듯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너무 해요, 선생님. 선생님 군대에 가기 전에 저 가르쳐 주셨잖아요. 광안리 살던 미나 예요, 선생님."

"아…. 미나 구나…."


그제야 내 둔한 머리는 조금씩 기억의 파편들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곧이어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이 맑던 그 여고생의 모습이 잔상처럼 떠올랐다.

내 기억 속의 미나는 고1의 귀여운 꼬마였다.

밝은 성격에 붙임성이 있었고 과외를 부모가 생각할 만큼 당연히 공부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더 관심 많은 사춘기의 여학생이었다.

피부는 까무잡잡했고 약간의 주근깨와 함께 뻗친 머리. 그리고 제법 큰 키는 나에게 개구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생겼고 밝은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다.


"꼬맹이가 어쩐 일이냐? 그동안 잘 지냈어?"

"이익…. 꼬맹이가 뭐예요? 지금 나 대학생이란 말이 에요!"

"잉? 네가 벌써 대학 다녀?"


갑자기 그 순간 군에서의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렇구나! 그새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이 녀석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네….


"그래요, 뭐 선생님만 나이 먹는 줄 알아요? 그때도 자기만 어른인 척 하더니만 지금도 자기만 어른이고 나는 여전히 꼬만 줄 아네…?"


예의 그 뾰로통한 말씨가 들려왔고 난 예전의 그 악몽(?) 같던 시간을 떠올렸다.

사실 그때의 미니와의 시간은 공부라고 하기보다는 거의 하루하루가 싸움이었다.

공부를 가리키기보다는 책상에 앉는 습관을 붙여달라는 그 집 부모들의 부탁도 있었지만, 막상 미나를 본 내 첫 느낌도

아이가 머리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습관이 붙어있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3일 동안의 저녁 시간은 나와 미나 사이의 불꽃이 튀는(?) 접전의 시간이었고.

그 집 부모들은 내 행동에 말 없는 찬사와 함께 두툼한 과외비를 보내주셨다.


"하하하…. 인마 ! 네가 꼬맹이지 그럼 아니냐? 나이 먹었다고 해서 그 꼬맹이 박미나가 어디로 가긴 했겠냐?"

"치…."


그렇게 우리는 어렵사리 재회했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미나의 모습들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미나는 내가 가르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노력을 했고

이후 내가 군에 있는 동안에도 열심히 했던 거였는지 이화여대에 합격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방학이라 집에 내려와 있는 것이라 했다.

자칭 많이 이뻐졌다는 미나의 얘기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던 나는

호박이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는 예전의 구박 아닌 구박을 했고

발끈한 미나는 당장 만나자고 열을 냈다.

뭐 변한 제 모습을 봐야 내 구박이 쑥 들어간다나…?

그리고 할 이야기도 있다는 미나의 얘기에 나는 약간의 기대를 하고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있었다.


원래 잘 사는 집이었으니 만큼 약속 장소는 해운대 하얏트로 정했다.

백수가 뭔 돈이 있냐는 내 말에 미나는 웃으면서 그냥 나오라고 했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그 여름의 해운대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한적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상 별로 좋은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호텔에 들어선 나는 머피스라는 지하의 비어홀로 향했고 2년 전의 꼬맹이와 함께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실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놀라서 돌아보니….


"어…. 저…."


내 입에서는 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힘든 음절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나왔다.

내 앞에는 한 170정도 되어 보이고 밝은 갈색의 피부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가진 여자가 서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설마. 미나 씨…?"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존칭이 튀어나오고 말았고 내 대답을 들은 미나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깔깔대면서 내 어깨를 쳐댔다.


"꺅 하하…. 미나씨…? 미나씨래…. 꺅 하하 "

"으…. 으…."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굳어버린 내 입술은 적절한 반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미나라는 악마에게 당할 것이라는 엄청난 내 자아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신음만을 뱉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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