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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야설) 무림맹의 미망인들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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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데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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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이 무림맹의 지하 형동임을 알게 되었다.

지하 형동은 무림맹 북쪽 외진 산중에 자리한 동굴 형태의 감옥이다.

누가 왜,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지옥형동은 백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고 그 끝을 본 이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깊다고 알려져 있었다.


출구는 기관 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만근석으로 되어 있으니 한 번 투옥이 되면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탈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지하형동으로 떨어진 것 자체가 내게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후 괴인의 이야기는 나를 더욱더 큰 충격으로 몰아넣게 된다.

괴인은 스스로를 대천마라고 했다. 물론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사실 괴인은 목소리부터 이상했다. 남자인 것 같으면서도 여자처럼 가늘었다.

그러나 이런 괴이한 목소리보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 내용이 몇 배는 충격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먼저 내 주군인 검황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가장하여 무림을 속였다나 뭐러나.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주군인 검황 장운호라고 했다.

나는 섬뜩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그 정체불명의 고수는 검황의 독문 무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했다.

그분께 검황의 무공을 전수 받은 나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이는 원 무공의 주인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임은 사실이었다.

하면 대체 주군이 왜 그랬을까?


괴인의 설명은 이러했다. 검황은 절정의 무공으로 천하를 얻었지만 보잘것없는 소물로 인해 한 한 명의 여인의 마음조차 얻지 못하여 괴로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극양의 마공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 부작용으로 색욕의 노예가 되자 다시 이를 상쇄시킬 극음의 마공을 찾게 되었다나 뭐라나...

그것이 검황의 몰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단다. 극음의 마공을 찾던 검황이 마교의 전설적인 극음진공인 규화보전을 찾아 익히게 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내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사내를 갈구하는 여인성을 얻게 되었단다.


검황의 이런 변화는 눈치 빠른 누군가에게 포착되어 발각되는데 바로 남궁세가 가주 남궁경이었다.

남궁경은 무림에 알려진 고수이자 명숙이였지만 은밀한 비밀도 있었다. 그자 바로 양성애자라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를 취하고 즐기는 변태적인 성욕...

남궁경은 여인처럼 변하게 된 검황에게 접근하여 기어이 그를 침상에 눕히고 자신의 발기한 음경을 검황의 항문으로 삽입시켰다.

그날 이후 검황은 남궁경의 변태적인 육욕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남궁경은 야욕이 큰 인간이었다. 그는 검황을 앞세워 무림정복의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러자면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마교의 하늘 대천마 마상천이었다.

남궁경은 간계를 꾸몄다. 검황을 마상천에게 보내 그에게 치명적인 내상을 입히는 것이다.

결국 검황은 마상천에게 접근하였고, 그의 술잔에 독을 푸는데 성공한다. 그 후 남궁경이 등장하여 천하의 대천마를 굴복시켰단다.

나는 여기까지 듣고 어이가 없어 말했다.

 

“규화보전은 대마교의 보물 중의 보물로 알려져 있는데 어찌 주군께서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단 말이오.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군.”


괴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세상에는 종종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네놈은 세상을 덜 살았군.”

“하면 이건 또 어찌 설명할 테요? 아무리 주군이라고 해도 그분과 동수를 이룰 평가를 받던 대천마 당신이 어떻게 그토록 손쉽게 중독당할 수 있었소?

당신에 대한 무림의 소문이 허명이었던 거요?”

“정에 얽매이면 그리되지. 천하 절세 고수라도 소용이 없어. 네놈도 이를 명심해야 할게야.”

“정요? 하하하.. 웃기는군. 주군과 대천마가 정으로 엮이었다?”

 

괴인이 말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규화보전을 익혔으니까.”

“그게 왜요?”

“나는 검황과 내 침소의 침상에서 뒹굴었던 사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충격을 먹게 된다.

할 말을 잃은 내게 괴인이 말했다.


“규화보전을 그에게 스스로 가져다 바친 것도 나 대천마 마상천이며, 그를 사랑했기에 그의 간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도 바로 나 마상천이었지.”

“그...그게....”


괴인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네놈의 처지도 나와 같구나. 정에 빠져 대사를 그르쳤으니..”

 

나는 그 후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괴인은 현재 주군과 남궁경이 혈풍을 일으켜 무림 일통을 획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하게는 남궁경이 검황을 앞세워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며칠 후 나는 비로소 혼란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마상천이고 자임하는 괴인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괴인이 이에 화답했다.


“보고 싶거든 직접 찾아오거라.”

“당신은 어디쯤에 있소?”

“직접 찾아보면 알게 될 일...”

 

나는 괴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생각해서 그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나는 천천히 동굴 바닥을 기어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기경팔맥이 파괴된 나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까운 곳이라 여겼거늘 괴인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십일 보름...

나는 계속 기어갔지만, 동굴의 끝도, 또 괴인의 모습도 없었다.


“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소?”

“거의 다 왔으니 좀 더 찾아보거라.”

 

그렇게 무려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지옥 형동은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었고 그것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 달이나 안으로 찾아 들어왔지만, 괴인을 만나지 못한 사실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괴인을 기어이 만나게 된 것은 한 달 하고도 사흘이나 더 지나서였다.

마침내 지옥 형동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괴인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처음에 나는 괴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지가 다 잘려 나가고 몸통과 머리만 남아 있는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모는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닌 이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가 바로 마상천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왔구나. 대단한 놈이군.”

 

마상천은 내 의지를 칭찬했고, 자신이 나를 여기까지 무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내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줄 절호의 기회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기를, 나는 이 지옥형동을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이 그것을 돕겠단다.

하물며, 자신의 모든 절세마공들도 모두 전수하여 무공이 폐쇄된 내게 천하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대천마의 절정 무공을 모두 전수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나는 기경팔맥이 모두 파괴되어....”

“흥...! 끊어졌다면 다시 이으면 될 일... 그저 네놈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괜히 나설 필요가 없어. 네놈에게 규화보전의 모든 마공을 전수해주마”


나는 규화보전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주군인 검황마저 타락시킨 음공이 아닌가.

하지만 마상천은 이런 내 염려를 불식시켰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규화보전의 부작용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더 이상 동성의 노예가 아니라는 말이지. 네놈은 걱정할 필요 없다.

내 공력을 물려받게 된다고 해도 네놈이 계집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테니. 아니 오히려 네놈의 피가 더 뜨겁게 들끓게 될 것이다.

사내로서는 최고의 축복이지...”


마상천은 이처럼 단호했다.

그 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의 지시를 따랐다.

처음에 나는 팔다리가 모두 잘린 이 불쌍한 처지의 전직 대천마가 과연 무엇을 얼마나 대단하게 전수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팔고 다리가 모두 잘려 나갔지만 대천마는 대천마였다.

그의 체내에는 아직도 엄청난 마공이 깃들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게 자심의 마공을 환공이체의 수법으로 고스란히 내 몸속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작업이 극도로 위험천만하여 미세한 충격에도 두 사람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고,

신중하게 한 움 한 움 전이해야 해서 무려 여섯 달이라는 시간을 소모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겨우 육할 정도밖에 옮기지 못하였으니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상천은 천마의 마공을 전이시키면서 틈틈이 내 끊어진 기경팔맥도 다시 연결하여 잇는 치료를 병행했다.

그리하여 일 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대천마의 절정마공 전부가 내 몸속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게 되었다.

마상천은 그 후 다시 1년을 더 내게 무공을 전수하게 되는데 바로 전설의 규화보전 속 절정마공들이 그것이었다.

예를 들면 암흑음천검이라던지 혈뢰암천음사장이라던지 하는 것들로 모두가 중원무림천하를 공포로 도가니로 몰아넣은 희대의 마공들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흐르자 나는 마침내 그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이즈음 마상천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체내의 막대한 마공을 모두 내게 물려주었으니 그는 현재 힘없는 한낮 노인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고 내게 부탁을 했다.


“뭐든 말씀하시오. 마도의 안위를 부탁하려는 것이면 내 목숨을 걸고 그대를 위해 마도를 지켜드리겠소.”


마상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딸이 두 명 있다.. 10년 전 그 아이들이 서른 살 무렵이었을 때 마지막으로 보았더랬지.”

“그분들의 보호를 원하시는 겁니까?”

“그 아이들은 따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 남궁경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당한 뒤 살해되었으니까.”

“네? 그...그것이...”

“동정할 필요는 없다.”

“하면.. 남궁경을 죽여 복수를 해 드리리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하나 내 부탁은 그것이 아니다.”

“말씀해보십시오.”

“내 딸들이 낳은 아이들.. 그러니까 내 손녀들이 있다네. 나는 당시 열 살 정도밖에 안 되었던 그 귀여운 아이들과 이별을 했다.

“....”

“아마 지금쯤 스무 살의 다 큰 처자들이 되었을 거야. 네놈은 내 손녀들의 안위를 책임져 줄 수 있겠느냐?”


나는 마상천의 그 어떤 부탁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며 내가 다시 무림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준 스승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마상천의 상세가 크게 위중해지는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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