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방에선 무슨 일이!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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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915156052fd46806655994e6138342_1732978404_3387.jpg bc915156052fd46806655994e6138342_1732978404_3387.jpg](https://img.mingk.xyz/data/editor/2411/bc915156052fd46806655994e6138342_1732978404_3387.jpg)
제2편 - #1 친절한 희정씨.
처음 계획은 알바 시작을 기준으로 해서 그만둘 때까지의 에피소드를 시간 흐름의 형식으로 묶어 보려 했는데, 한 2개월은 남들 떡 찌는 거 구경하고 장난친 기억밖에 없어서 3부, 4부 써나가는 중간중간에 그런 에피소드를 재미 삼아 끼우고요. 2편에선 남자 좆 물 알기를 반쯤 상한 우유같이 아는 가게 알바 선배 희정이 누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희정이 누나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보다 5살이 많은 데다가 성격이 하도 지랄 같아서 처음 한 달 정도는 말 붙이기도 힘들었죠. 뭘 어찌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뭐랄까?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면 일할 때도 편하고, 또 저나 누나가 실수할 때 서로 감싸줄 수 있는 포스가 생길 거란 기대였습니다.
뭐 가끔 욕을 해대서 그렇지. (야이 씨불랄놈아 이라는 욕을 전 누나한테 배웠답니다) 여자는 이쁘고 잘빠져야 한다는 사장님의 영업원칙에 걸맞게 얼굴도 이쁘장한 데다가 키도 165정도. 가슴이 조금 없긴 한데, 엉덩이는 빵빵해서 터져나가는, 나름대로 남포동 모 나이트에서 잘나가는 퀸카였답니다. 자기 말로는. ㅋㅋ
알바 시작하고 1달 정도는 진짜 더럽게 갈구더군요. 방 청소가 왜 이래, 복도를 닦긴 닦은 거냐, 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관리, 비디오테이프 깜빡 잊고 하나 안 감아놓으면 죽일 거 같은 눈으로 야단을 쳤습니다. 와, 진짜 여자한테 욕 들어먹으려니 고추 달린 놈 자존심이 불쌍해지더라구요. 진짜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오전 근무에다 어제보다만 비디오가 당겨서 일찍 출근했더니 카운터에서 누나가 푹~ 엎드린 채 열심히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자는 걸 건드린 거냐고요? 미쳤습니까. 제가 그 성질머리에 싸대기는커녕, 아구지가 한방 날아올지도 모르는데.
괜히 깨웠다가 혼날지 봐 1번 방에 비디오를 틀어놓곤 슬쩍 들어갔습니다. 근데 맙소사! 어떤 미친놈이 술을 처먹고 내용물 확인을 충실히 했는지 방안 풍경이 가관이더군요. 오바이트를 그냥 앉아서 한 것도 아니고 온 사방 다 흩어놓은 게, 신체 구조가 인간과는 조금 다르게 특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들게 했습니다.
암튼, 누나 근무 시간대에 생긴 일이지만 짬밥이 안되다 보니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도구를 챙겨 들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뭘 처먹으면 그 냄새가 나는지 아직도 불가사의합니다. 유한락스를 갖다 처바르고 방향제 한 통을 다 뿌린 뒤 마른걸레로 박박 닦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냄새가 견딜 만할정도로 줄어들더군요. 그때 그분, 저 만나시면 사과 좀 해주십시오.
다시 애기로 돌아가서 청소를 대충 끝내고 이것저것 묻은 대걸레와 손걸레를 씻으려고 화장실에서 열심히 빨래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퍼질러 자던 희정이 누나가 들어왔습니다.
'어?? 너 벌써 왔네??'
'응. 비디오 좀 보려고 일찍 왔어.'
'한 편당 5,000원이다.'. (독한 년)
'제빨리 내놔. 내 사전에 은근슬쩍 이란 없다!'
'아씨! 내가 1번 방에 누가 오바이트해놓은 것도 치워 놨는데 장난치지 마! 좀!'
'응? 아, 너 그거 치운 거냐? 안 그래도 그거 너 오면 치우게 하려고 놔둔 건데, 잘했어!'
'.'
완전 악마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도대체 심장은 달린 건지 한번 보고 싶은 충동이! 쿨럭!
'어쭈! 표정 일그러지네? ㅋㅋㅋ 수고했어. 어유! 오늘은 좀 귀여워 보이네!'
비디오 한 편당 5,000원이라는 말에 깊은 상처를 받고 좌절해 있던 제 뺨에 그 악마 같은 인간이 갑자기 뽀뽀를 해주더군요.
'아씨! 뭐야 더럽게!!'. 라고 하려고 했는데 누나 입술이 제 뺨에 와닿는 순간 상사병 1기라는 감전 현상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ㅋㅋㅋ
'아, 이 귀여운 놈, 뽀뽀 한방에 뭘 몸을 부르르 떠냐. 쌌냐??'
이런 젠장! 그러면 그렇지. '쌌냐?'라니.'뭐야 징그럽게 제빨리 나가. 그리고 말 좀 조심해라. 뭐냐? 그게.'
'뭐긴 새꺄! 지극히 현실적인 언어구먼. 걸레 대충 빨아 놔. 내가 다시 세제로 빨 거니까. 나 화장실 갈 거니까 귀족 막아라.'
걸레를 꾹 짜서 빨래대에 걸어놓고 나오려니 희정이 누나 오줌발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더군요. 뭐 성격상 그런 것에 흥분하지는 않는데 왠지 웃음이 나오더라고요.ㅋㅋ
드디어 교대 시간, 이것저것 얘기를 들으며 카운터 돈도 세보고 테이프도 확인하고, 별 이상이 없던 터라 누난 가방을 챙긴 뒤 약속이 있다며 퇴근했습니다.
'미친! 밤 꼴딱 새고 아침부터 뭔 약속이야. 저건 진짜 사람 아냐'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던 찰나 문이 닫히면서 갑자기 금방 나간 누나의 샴푸 냄새가 제 코를 강렬히 자극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학술적 용어로 상사병 제2기의 현상이었습니다. 악마 같던 희정이 누나가 갑자기 존나 먹음직스러운 여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아이고 내팔자야.
상사병 제2기 현상이 뭐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까 봐 제가 즐겨하는 시적 비유로 표현해 드리죠. 그녀의 스쳐 지나는 향기에 자지가 벌떡 있습니다. ㅋㅋㅋ. 시
시적이죠? ㅋㅋㅋ 그저 그런 여자 샴푸 냄새에 왜 내 분신과도 같은 똘똘이 군이 벌떡 일어나셨는지 제 대뇌 구조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더군요. 다만 확실한 건 희정이 누나가 저한테 여자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과 플라토닉 사랑!! 그런 건 집어치워!를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저에게 그녀를 언젠가 한 번은 먹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긴 거였습니다.
의외로 기회는 빨리 왔습니다. 그날 저녁 하루 종일 희정이 누나 생각에 카운터 밑으로 고추만 조몰락대다가 퇴근하는 길, 발신 번호 없는 삐삐 음성 메시지가 들어오더군요. 삐삐 써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그 번호 없는 음성 메시지가 얼마나 가슴 설레는지를. ㅋㅋㅋ
친구 놈이 술 처먹고 장난치나 했더니 번호 가르쳐준 기억도 없는 희정이 누나 목소리였습니다.
'어이 똘마니. 일 끝났으면 누나랑 소주 한 잔 먹게 이 번호로 연락해 245-0000. 쌩까면 죽는 건 알지? '
그냥 호출하면 될 걸 구태여 음성으로 전화번호를 남겨서 동전 두 개 쓰게 만드는 건 뭔지.
245-0000, 이 번호는 제가 아는 번호였습니다. 저희 가게 바로 맞은편 커피숍 번호였거든요. 전 동전도 없고 해서 그냥 바로 커피숍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날따라 손님이 없던 터라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는 누나를 발견하곤 등 뒤쪽에서 몰래 슬금슬금 다가가 '왁! 놀랬지?? 놀랬지??'
거의 80퍼센트 확률로 주먹이 날아올 거 같은 예감에 얼굴만은 막아보자는 굳건한 의지로 가드를 올렸지만, 누나는 그냥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더라고요.
난 딴사람인가 싶어서 슬쩍 앞을 보았습니다. 커피잔이 두 개 놓여있는 것이 누가 왔다 간 흔적이 있는 데다, 그 악마 같은 의정 누나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이건, 100퍼센트 실연이다!'
동물적 예감이 번뜩이더군요. 어찌 그렇게 슬픈 일이 우리 희정이 누나한테 일어나다니.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앗싸!! 이때까지 괴롭힘당한 거 다 갚을 기회다!! 넌 죽었어! 박희정!!'
제가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그 가혹한 갈굼에 성격이 약간 개조당한 상태였습니다.
'누나 왜 그래??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
'................ '
'아니면 남자 친구가 누나 싸이코 같다고 싫대??? '
'죽고 싶으냐??'
좀 놀려먹으려던 맘이 그 싸늘한 눈빛 한 방에 갈 줄이야. 전설의 고향 필이 팍팍! 옵디다.
'까불지 말고 나가자. 소주 당긴다. 오늘. 아! 맞다! 네가 쏘는 거다!
'쿨럭.'
멍해져 있는 절 두고 커피값을 계산하더니 누나는 휭하니 나가버립니다. 잠시나마 내가 저 인간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니,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데다 저도 술 생각도 나고 해서 한잔 살 생각으로 어디로 갈 건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거 먹을 건데?? 맥주?? 소주?? 막걸리??'
'글쎄. 넌 뭐가 좋은데??
'음. 소주는 빨리 취해서 좋고. 맥주는 배불러서 좋고. 또 막걸리는 담날 죽을 거 같아서 좋아.'
'그래??"
'응!'
전 제가 한 말이 좀 재치 있는 말인 거 같아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럼 세 개 다 섞어 마시자. 가자. '
이상하게 제가 말실수 한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암튼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 황당 생뚱해하는 절 확 잡아끌더니 근처의 민속 주점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다음 날 방바닥 잡고 운다는 그 민속주점.
뭐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커피숍에서 젖어있던 그녀의 눈이 떠올라 웃으며 그녀를 따라갈 수밖에 없더군요. 아! 물론 처음 보는 누나의 짧은 치마 차림과 진한 화장에 또 다른 어떤 기대를 담은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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