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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뻘 연하녀 따먹기 [S1 E2 - 공(公)과 사(私)]


2026.04.30 조회수 798,940회


 


다음 날, 건호는 퇴근길에 일부러 그 마트로 향했다. 전날 밤, 묵직한 피로를 느끼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녀의 얼굴이 자꾸만 맴돌아서였다.




‘장사 좀 해보려고 간다는 핑계지만 사실, 그녀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가자, 어제 봤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서오세... 어?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건호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미소를 띠며 인사를 이어간다.



“오늘도 오셨네요.”



“퇴근길에 잠깐 들렀어요. 오더하실 거 더 있나 싶어서요."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고, 의아함이 드리운다. 그리고 약간의 경계심까지 눈가에 피어올랐다.



“영업하시는 분이 지난주에 와서 이미 주문받아 갔는데요?”



건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 그렇군요. 사실, 엊그제 새로 들어온 신제품이 있는데, 인기가 많고 물량이 얼마 안 돼서요. 혹시 관심이 있으면 주문하시라고 왔어요, 하하."



“아하, 그렇군요.”



그제야 그녀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며 작게 웃어 보였다.



“일단 뭔지 한 번 보고 결정할게요.”



건호는 가방에서 제품 리스트를 꺼내며 열심히 설명했다. ‘카라멜 크러스트 인절미 바’라고 되어 있다. 



요아정, 탕후루, 두쫀쿠 등 최근 몇 년 동안 반짝 한국을 휩쓴 제품에 이어 나온 것이다. 호주에서도 잘 팔릴지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적당히 과장하면서 열변을 토한다. ‘호주로 오기 전부터 선주문이 빗발쳐서 막상 줄 수 있는 물량은 많이 없다.’, ‘앞으로 아시안 마켓에는 반드시 깔아야 하는 제품이다.’ 등등. 오랜만에 해 보는 영업이지만 그래도 감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리스트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한 박스 정도만 판매해 보고, 잘 나가면 더 주문할게요.”



이 여자가 장난하나. 건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열 박스는 주문해 주셔야 해요.”



“예?”



“아니, 최소 주문 금액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거 한 박스 100불도 안 돼요.”



“어휴, 사장님. 열 박스는 너무 많아요.”



“음... 그래요?”



건호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심한 듯 표정을 굳혔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만 한 박스 해드릴게요.”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서는 경계심이 풀린다.



“정말요?”



“네. 오늘만 특별히요. 그래도 팔아보겠다고는 하시니까. 그리고 그쪽이 예쁘고, 또 친절하시기도 하고.”



“푸, 흐흐.”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 다른 업체에는 말하지 마세요.”



"아유, 그럼요. 그런 거 이야기 안 해요. 그럼, 내일 한 박스만 부탁드릴게요."



그만 가려던 찰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호는 미소 띤 얼굴로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다소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예요?"



"전 키라(Kira)라고 해요. 그쪽은요?"



“이건호입니다. 그냥 편하게 앤디(Andy)라고 부르세요.”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   *




다음 날, 사무실 옆 테라스에는 아침 햇살이 내리쬔다. 건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한 모금 길게 빨고 있고, 그의 옆으로는 윤 차장이 졸린 듯 연신 눈을 감았다 뜨고 있다.



“아… 진짜 너무 졸려.... 사장님 저 한 30분만 탕비실에서 자다 가면 안 돼요?”



필도는 타들어 가는 담배꽁초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뒤로 젖혀 눈을 감고 있다. 퇴근하고도 집에서 늦게까지 잔업을 한 마당에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호는 그런 윤 차장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잠시 머리를 굴렸다. 눈앞에 펼쳐진 일정과 배송 동선을 상상하다가, 결국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윤 차장. 나리워런에 있는 그 아시안 슈퍼마켓 말이야.”



“네.”



“...앞으로 너는 거기 영업 안 가도 된다.”



필도가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정말요?”



건호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내가 퇴근하는 길에 오더 받고, 배송도 내가 할게.”



“뭐예요 사장님.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거기 여사장하고 썸이라도 타세요?”



“그런 거 아니야, 인마.”



행여나 들킬세라, 건호는 필도의 팔뚝을 툭 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필도는 ‘감사합니다. 사장님’이라 말하면서 고마운 뜻을 내비쳤다. 뭐, 자신의 의도를 간파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윤 차장이 더 이상 의심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날 초저녁, 건호는 마지막 업무를 마무리하고서 사무실 불을 끈다. 손에는 키라의 가게로 가져갈 송장 두 장이 들려 있고, 차 트렁크에는 신제품 한 박스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한국산 스틱 커피도 한 박스 있다.



도착해서 보니, 어제와는 다르게 가게가 제법 붐빈다. 키라는 손님들이 사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돈을 받고 거슬러주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건호가 웃으면서 그녀 앞에 섰다.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어제 말한 제품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이거는 스틱 커피.”



살짝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키라는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뜨며 그 박스를 가리켰다.



“이건 뭐예요? 주문 안 했는데?”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피곤할 때 한 잔씩 타 먹어요. 달콤한 게 맛있으니까.”



“어머,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대신, 다음에는 우리 회사 물건 좀 많이 시켜줘요.”



작은 팩을 건네받은 키라는 그걸 보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 순간, 건호는 마음속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행복해하며 웃는 얼굴. 희연한테서는 못 본 지 오래다. 키라의 그런 모습에 오늘도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별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키라의 웃는 모습과 친절하게 인사하는 순간이 도저히 잊히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런 그녀와 다정하게 손잡고 키스도 하며 데이트하는 상상까지 한다. 그렇게 건호는 자정이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 * *



배송 직원들에게 나눠 줄 송장을 모두 출력하고 시계를 바라본다. 벌써 점심시간.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건호의 전화가 울린다. 윤 차장이었다.



“어, 윤 차장.”



“사장님, 조금 전에 트로피컬 슈퍼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어제 거기에 카라멜 크러스트 바 배송하셨어요?”



“응. 왜?”



“아침에 다 나갔대요. 추가 주문하고 싶다고 하네요.”



건호는 속으로 작은 쾌재를 부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또 한 번 키라를 볼 수 있게 된다. 아차, 그런데 그녀 연락처도 모르고 있었다.



“좋아, 연락처 좀 줄래? 내가 직접 주문받고 배송하러 갈게.”



건호는 키라의 연락처를 메모하며 속으로는 계획을 세웠다.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가서 사적인 이야기도 좀 하고 찝쩍대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시침은 5를 가리키고 있다. 사무실 일을 마무리한 뒤, 건호는 트렁크에 신제품 몇 박스를 실었다. 



키라의 웃음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단순한 거래가 아닌, 그와 그녀 사이의 작은 유대가 더 깊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건호의 마음은 잔뜩 부풀어 있다. 그때였다. 조용하던 전화기가 다시 울린다.



[마눌님]



희연이다. 건호를 도와서 재택근무를 하며 회계 처리, 재고 관리 등을 하고 있는 그녀. 함께 일하는 처지지만 그녀가 먼저 전화를 할 때는 좋지 않은 일이 항상 생기고는 한다.



“뭐야, 갑자기.”



건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



“여보, 나 미수금 정리하고 있는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



“뭔데?”



“나리워런에 있는 트로피컬 아시안 마켓 말이야. 오늘 배송 건까지 해서 일주일 사이에 주문을 두 번이나 했네? 여기 2주에 한 번씩 오더하는 데 아냐?”



“.......”



“지난달 미수금도 아직 못 받았는데 왜 이렇게 오더를 갑자기 많이 했대?”



건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아, 그거 그냥 신제품이 인기가 많아서 갖다준 거고, 별거 아니야.”



“이런 데는 신제품 함부로 주지 마. 여기 대금 결제도 빨리 안 해주는 데인데, 돈 떼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요즘 안 그래도 불경기라 문 닫는 가게도 하나둘씩 생기는데.”



“아이, 내가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마.”



잠시 침묵이 흐르고, 희연은 한숨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건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차를 출발한다. 오늘로 세 번째 만나는 것이지만 어젯밤에 했던 수많은 생각과 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상당히 긴장이 된다. 


건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제품 하나를 조심스럽게 트렁크에서 꺼냈다. 오늘은 단순히 배송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즐기며 그녀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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