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이 셔츠를 가져가 버리자, 마지막 남은 방어선마저 사라진 서연은 눈 부신 태양 아래 완벽하게 발가벗겨진 채 난간에 홀로 남았다. 2층 테라스의 뜨거운 공기가 그녀의 가슴과 배, 그리고 노출된 하반신을 노골적으로 훑고 지나갔다.
에단은 숨조차 쉬지 않는 듯한 기세로 종이 패드 위에 마지막 선들을 휘갈겼다. 셔츠가 벗겨지는 그 찰나의 당혹감과,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젖힌 서연의 관능적인 실루엣이 에단의 캔버스 위에서 폭발하듯 완성되었다.
"완성입니다, 서연 씨."
에단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서연은 마치 마법에서 풀려난 듯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녀는 에단이 완성한 그림을 채 확인하기도 전에, 묘한 고립감과 수치심이 뒤섞인 감정에 휩싸여 서둘러 짐을 챙겼다.
에단이 뒤에서 무어라 말을 걸었지만, 서연은 "비행 준비를 해야 해서요"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도망치듯 사우나 건물을 빠져나왔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 에단 앞에서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개방적인 여자라고? 누디스트인 척했다고?"
후회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에단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사우나를 뛰쳐나와야 했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그리고 박 사무장이 쏟아부었던 히스테리가 그녀를 기묘한 반항심으로 몰아넣었다. 서연은 서둘러 호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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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40)은 소위 '어둠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강남 일대에서 대규모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오피)'를 여러 개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쾌락의 끝을 본 남자였다. 거칠고 투박한 외모와 달리, 값비싼 슈트와 명품 시계로 치장한 그는 언제나 세련된 포식자의 아우라를 풍겼다.
수없는 여자를 거쳐 갔지만, 지훈에게 여자는 '소비재'일뿐이었다. 그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반드시 맛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괴한 수집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독일행은 숨 막히는 한국의 단속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사냥감'을 물색하기 위한 놀이공원 방문이나 다름없었다.
인천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 일등석. 지훈은 지루한 표정으로 샴페인을 홀짝이던 중,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비즈니스석 구역에서 승객들을 응대하던 승무원, 윤서연...
지훈의 노련한 눈은 단숨에 그녀의 가치를 알아봤다. 지금까지 그가 돈으로 샀던 화려하기만 한 여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티 한 점 없는 유니폼, 단정하게 묶은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눈동자에 깃든 고결하고 지적인 아우라. 그것은 지훈이 한 번도 소유해 보지 못한, '참함'과 '단아함'의 결정체였다.
'저런 여자는 침대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훈은 10시간의 비행 내내 와인을 주문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그녀가 정중하게 목례를 할 때마다, 가볍게 굽어지는 손목의 곡선과 살짝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하얀 치아는 지훈의 탐욕을 극도로 자극했다. 그는 이미 돈은 얼마든지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그 고고한 성벽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였다.
독일 도착 이튿날, 지훈은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배회하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창가 너머로 6월의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2층 야외 테라스가 보였다.
지훈은 습관적으로 가방에서 400mm 망원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꺼냈다. 그의 취미 중 하나는 여행지의 풍경이 아닌, 아름다운 이성을 몰래 캔디드 샷(Candid shot)으로 담는 것이었다. 렌즈를 조절하며 테라스를 살피던 중, 지훈의 손이 멈칫했다.
"아니... 저 여자는?"
기내에서 본 그 고결하던 여신, 서연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나신으로. 지훈의 입가에 짐승 같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독일의 FKK(나체 문화) 사우나 테라스에서, 마치 자신의 안방인 양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지훈은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망원 렌즈는 서연의 당황한 눈동자, 휴대폰 화상 통화를 하며 짓는 그 거짓된 미소, 그리고 무엇보다 격자무늬 난간 사이로 적나라하게 노출된 그녀의 은밀한 곳까지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포착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 '민준'에게 "독일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라고 거짓말하는 그 순간, 그녀의 나신은 지훈의 카메라 메모리 카드에 '가장 짜릿한 배덕의 기록'으로 저장되고 있었다.
사우나 일정을 마치고 몽롱한 기분으로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선 서연의 뒤를 지훈이 그림자처럼 쫓았다. 서연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지훈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화면 속에는 불과 1시간 전, 테라스 난간에 알몸으로 기댄 채 민준과 통화하던 서연의 고화질 사진이 떠 있었다.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까지 선명하게 찍힌 그 사진은 서연의 세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윤승무원님, 독일 날씨가 정말... '개방적'이네요? 기내에서의 그 단아함은 어디 가고, 여기선 아주 대담하시네."
서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지훈은 낮고 비열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민준 씨라고 했나? 그 친구가 이 사진 보면 뭐라고 할까? 아, 지금 이 사진 인터넷에 올리면 1시간 안에 전 세계 스튜어디스 게시판에 도배될 텐데. 번호도 다 알고 있거든요, 자 이 사진과 영상 민준 씨에게 지금 발신 버튼 누를까? 아님 잠깐 나하고 방에서 이야기할까?"
서연은 순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훈은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의 룸 키를 뺏어 들었다.
"그럼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비행기에서부터 당신이랑 꼭 해보고 싶었던 게 많았거든요."
호텔 방 문이 닫히자마자 지훈은 서연을 침대로 밀쳐버렸다. 지훈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서연은 자신의 누드사진이 유출될까 봐 지훈이 설치하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눈앞이 깜깜했다.
"윤 승무원, 아니 서연 씨. 너무 긴장하지 마요."
서연은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지만, 지훈이 휴대폰을 흔들며 '전송'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는 시늉을 하자, 머리를 흔들며 안된다고 표현했다. 지훈의 입술이 열리며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말해봐."
"이름은... 윤서연입니다. 스물다섯 살이고, 현재 S 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서연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승무원이라... 어쩐지 비행기에서 보는데 유니폼 태가 남다르더라고. 그럼 사는 곳은 어디야? 비행 끝나면 어디로 돌아가는지, 그 우아한 몸을 뉘는 곳이 궁금하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살고 있습니다."
"강남녀였네? 역시 고급스러워. 자,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 아까 사진 속에서 통화하던 남자, 그 친구랑은 어떤 사이야?"
"2주 전에... 우연히 만나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예요. 정중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제발, 그 사람만은 모르게 해주세요..."
"진심이라... 그 진심이라는 게 참 웃기네. 그런 남자를 둔 여자가 독일 오자마자 혼탕에 가서 홀라당 벗고 누워 있었다고? 자,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자고. 오늘 아침, 그 사우나엔 왜 간 거야? 그리고 거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개방적인 여자'라고 자랑하며 즐겼던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묘사해 봐."
"비행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사무장님께 갈굼 당하고 시차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단순히 땀을 빼러 간 거였어요. 남녀 혼탕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런데 잠에서 깨보니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때 비행기에서 만났던 승객을 마주쳤어요."
"에단? 그 외국인 놈 말하는 거지? 렌즈로 보니까 아주 가관이던데. 그놈 앞에서 알몸으로 앉아서 과일도 먹고, 그림 모델까지 해줬다며? 그때 기분이 어땠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낯선 남자들이 당신의 그 하얀 몸을 구석구석 훑어볼 때... 솔직히 짜릿하지 않았어?"
"아니에요... 너무 당황해서... 그냥 당당한 척 연기했던 것뿐이에요.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그런 문화에 익숙한 사람인 척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즐거워 보이던데? 특히 그 민준이라는 놈이랑 화상 통화할 때 말이야. 상체는 셔츠로 가리고, 난간 아래로는 그 매끄러운 엉덩이랑 다리 사이를 길거리 사람들한테 다 보여주고 있었잖아. 민준이가 '예쁘다'라고 할 때, 속으로 무슨 생각 했어? '내 남자는 내 밑이 다 뚫린 줄도 모르네' 하면서 비웃은 거 아니야?"
"절대 아니에요... 정말 몰랐어요. 난간이 그렇게 뚫려 있는 줄은... 그냥 빨리 전화를 끊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서연 씨, 거짓말하면 재미없어. 카메라 렌즈는 거짓말을 안 하거든. 당신 아까 에단이라는 놈이 그림 그릴 때, 셔츠 벗어던지고 가슴 펴면서 호흡 가다듬었지? 그건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 환장한 여자의 몸짓이었어. 자, 인정해. 당신 안에는 그런 발칙한 본능이 숨어있다는 거. 그 지적인 유니폼 속에 감춰둔 진짜 취미가 뭐야? 사실은 이런 노출을 즐기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전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운동하고, 쉬는 날엔 시집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오늘 아침은 정말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제발 믿어주세요."
"시집을 읽는 승무원이 독일 사우나에서는 알몸으로 외국 남자들과 아침 식사를 한다... 이거 아주 매력적인 소재네"
지훈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마치 관객이 공연을 기다리듯 눈을 빛냈다.
"옷 벗어! 그리고 그냥 벗으면 재미없잖아? 당신 전공을 살려봐. 기내 방송하듯이, 아주 우아하고 정중하게 안내 멘트를 하면서 하나씩 벗는 거야. 승객들한테 서비스하듯이 말이야. 알았지?"
지훈이 휴대폰의 '전송'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리자, 서연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떨리는 입술을 뗐다.
서연은 승객이 앞에 있다고 최면을 걸며, 평소 비행기에서 하던 그 단아하고 지적인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였다. 하지만 눈가에는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이제... 당신의 욕망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이륙 준비를 마쳤습니다."
서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유니폼 재킷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쾌적한 비행을 위해... 겉옷은 잠시 벗어두셔도 좋습니다."
재킷이 어깨너머로 힘없이 떨어지며 하얀 블라우스 차림이 드러났다. 지훈은 "목소리가 너무 떨려, 더 우아하게!"라며 소리를 질렀다. 서연은 침을 삼키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 기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승객 여러분의 시야를 방해하는 상의를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S 항공만의 특별한 서비스입니다."
블라우스의 단추가 차례로 풀리고, 풍만한 가슴을 감싼 속옷 위로 서연의 유백색 살결이 드러났다. 지훈은 만족스러운 듯 카메라를 줌인했다.
"승객 여러분... 이제 하반신의 긴장을 풀 시간입니다. 지퍼를 내리는 소리에 집중해 주십시오. 목적지까지 가장 편안한 자세로 모시겠습니다."
'찌익' 하는 서늘한 지퍼 소리와 함께 유니폼 스커트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팬티스타킹만 신은 서연의 긴 다리가 조명을 받아 비현실적으로 빛났습니다. 서연은 이제 마지막 단계를 향해 가며 목소리를 더욱 가늘게 떨었다.
"마지막으로... 비상시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듯, 당신의 시선을 고정시킬 마지막 방어선을 해제하겠습니다. 이제 이 비행의 진짜 모습을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연은 자신의 손으로 브래지어 끈을 풀고,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천천히 발목 아래로 밀어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신이 된 서연은, 기내 방송을 마칠 때처럼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객 여러분의... 윤 서연이었습니다."
지훈은 소파에서 일어나 광기 어린 박수를 쳤습니다.
"와, 진짜 최고네! 역대급이야 서연 씨. 그 지적인 목소리로 알몸이 되어가는 과정을 생중계하다니... 남친이 보면 기절하겠어, 안 그래?"
"자, 방송 끝났으니까 이제 기내식 서비스 시작해야지? 내 쪽으로 기어와 봐, 서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