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 등에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따뜻하게 느껴졌을 그 눈빛이 왠지 더럽고 불쾌하게 느껴졌다. 잔뜩 입이 나온 채 그릇을 깰 듯 씻어대는 나를 바라보단 그가 어느 순간 긴 한숨을 쉬었다.
"여보. 나 회사 다녀올게."
'칫, 뭘 기대하는 거야. 평소처럼 애교 떨며 뽀뽀라도 해주길 바라는 거야?'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속으로 투덜대며 더 큰 소리로 그릇을 닦아댔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 소리 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가 가는 모습을 돌아보지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 후 나는 참았던 분을 터뜨리며 손에 든 그릇을 싱크대에 집어 던졌다. 아끼던 유리컵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깨진 컵을 보며 울컥해진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나쁜 놈, 변태, 해삼, 말미잘, 개새끼... 엉엉..."
내 나이 31살. 남편은 35살. 우리는 결혼 3년 차의 부부이다. 3년이면 권태기가 온다던가? 그렇게 뜨겁던 우리 부부가 조금은 식은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부터였다.
사실 나는 변한 것이 없다. 아니, 변했다면 좀 더 뜨겁게 변했달까? 나는 남편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매달릴수록 남편이 점점 멀어지는 듯하기만 했다. 남편한테 배운 대로 열심히 펠라티오를 해줘도 남편은 심드렁했다. 심지어는 발기도 잘 안되었다.
상실감과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도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시댁과 친정에서는 은근한 압박이 계속 들어오는데 아기는 들어서지 않고 남편은 자꾸만 잠자리를 피하려는 것만 같아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
어젯밤이었다.
"우리 벌써 한 달 넘은 거 알아?"
"뭐가?"
"씨, 모르는 척할 거야? 그거 말이야, 그거."
"그거? 그게 뭔데?"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남편이 얄밉게 느껴졌다.
"아, 몰라."
토라져 돌아눕는 나의 등을 남편이 안아왔다.
"미안해. 이리 와봐, 안아줄게."
못 이기는 척 돌아눕는 내게 남편이 키스해 왔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과 혀를 느끼며 눈을 감고 키스의 감촉을 즐길 때 남편의 손이 가슴으로 들어와 민감한 유두를 자극했다. 나는 다른 곳보다 유독 유두가 민감한 편이다. 그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유두를 돌리며 만질 때, 그리고 혀를 돌리며 빨아둘 때 난 아주 자지러진다.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손을 내려 남편 잠옷의 바지 속으로 넣었다. 그런데 그의 것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예전엔 보통 키스만 해도 조금씩 힘이 들어갔었는데 이제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자기야 왜 이래?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응? 왜?"
"왜 이게 안 서?"
"흠... 몰라... 요즘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남편은 겸연쩍은 듯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남편의 바지를 내리고 그의 자지를 잡고 입에 물었다. 남편은 내가 빨아주는 것을 아주 좋아했었다. 사실 나는 남편 만나기 전에는 섹스를 전혀 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펠라티오도 서툰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편에게 배운 대로 곧잘 하는 편이었다. 물론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오늘은 기필코 하고 말 거야.'
최선을 다해 남편의 자지를 빨았다. 혀도 놀리고 입술도 써가며, 또 이빨로 살살 자극해 가며 빨았다. 하지만 힘없이 늘어진 그의 자지는 조금 힘이 들어가는 듯했지만 더 이상 서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자기야.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 발기 부전인가 뭔가 하는..."
"글쎄. 나도 모르겠어. 요즘 잘 안되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날 땐 서거든? 그런데 흥분이 잘 안돼."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병원? 에이 무슨..."
"그러면 어떻게 해."
"나도 모르겠다. 후..."
"내가 매력이 없어진 거야? 그런 거야?"
"아니야. 왜 네가 매력이 없어져. 넌 여전히 예뻐.?
"그런데 이게 뭐야. 아, 속상해."
난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남편이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3년이라던가? 괜히 서러워져서 한숨만 나왔다.
남편도 한숨을 쉬며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하던 남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생각하면 흥분되는 게 한가지 있긴 있어."
나는 얼른 남편을 보며 물었다.
"응? 그게 뭔데?"
"그게 좀 말하기가 그런데..."
"뭐야? 어떤 건데?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니야. 아기도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은 네 옛날 남자 친구 얘기."
"뭐? 그게 왜 흥분이 돼?"
"솔직히 말해 줄 수 있어?"
"뭘?"
남편이 날 끌어안았다. 그리고 물었다.
"옛날 남자 친구하고는 어디까지 갔었는지"
"그런 걸 왜 물어봐. 그리고 자기가 내 첫 경험인 거 알잖아."
"알지. 그래도 남자 친구인데 손만 잡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정말 그게 궁금해?"
"응"
"별로 말할 것도 없는데. 워낙 어렸을 때잖아."
사실 남자 친구다운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잠깐 만났던 친구가 있었지만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헤어졌고 그러고 나서 바로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다른 남자와의 경험 같은 것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지 말고, 얘기해 봐. 손은 잡았었지."
나는 남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그저 묻는 말에 대답했다.
"응"
"그리고? 안아보기는 했어?"
"후유..그게 정말 궁금해? 그런 얘기 들으면 화 안 나?"
"응. 궁금해. 그리고 내가 화낼만한 얘기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어휴... 그래, 안아보기는 했지."
그 순간이었다. 내 배쯤에 닿아 있는 그의 자지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라? 이게 뭐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안기만 했어? 만지지는 않았어?"
그 말을 하면서 나를 끌어안고 손으로 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또 한 번 그의 자지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정말 이런 게 야한가 봐. 이상해'
남자 친구가 나를 안았던 것은 잠깐뿐이었다. 얼른 내가 밀쳐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일은 없었다.
그땐 너무 어렸고 순진했었다. 주변에는 심지어 섹스까지 경험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흥분을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실과는 다른 대답을 하게 만들었다.
"응. 나를 만졌어."
"어딜? 어딜 만졌어?"
"처음엔 등을 쓰다듬더니 엉덩이도 만졌어."
"이렇게?"
남편은 내 등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엉덩이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응. 그렇게... 아..."
남편의 손길에 반응을 보이자, 남편은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그리고 어떻게 했어? 그때 교복 입고 있었지?"
"응"
"교복 치마로 손도 넣었어?"
"응. 아..."
"정말?"
"응."
남편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의 자지는 신혼 때처럼 강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손을 앞으로 돌린 남편은 내 보지를 만지며 또 물었다.
"여기도 만졌어?"
"응."
"여기가 어딘데?"
"응, 보지..."
"정우가 네 보지 만졌어?"
정우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나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옛 남자 친구의 이름이 정우였다.
"만졌어?"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는데 남편은 흥분이 되는지 서둘러 바지를 내리고 내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애무도 없이 바로 삽입했다.
"헉... 아, 아파. 살살..."
"그놈이 네 보지도 만졌어?"
남편은 거칠게 피스톤질하며 물었다.
"아파. 자기야 살살해."
"만졌어? 응? 말해봐."
"만졌어."
"그때, 너 보지 물 나왔었지? 그렇지?"
"응"
"그때 하고 싶었지? 섹스..."
"응. 하고 싶었어. 아..."
그의 흥분이 내게도 옮겨 오는 듯했다. 몸을 떨며 움직이는 그의 움직임에 내 몸에서도 서서히 열기가 올랐다.
"그 애 이름 불러봐."
"응? 뭐라고?"
"헉헉... 그애 이름을 불러보라고."
"왜?"
"내가 그 애라고 생각하고 한번 불러봐. 지금 그 애랑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헉헉. 빨리."
"자기야. 왜 그래."
"제발... 불러봐... 정우랑 하는 것처럼..."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남편이 흥분하며 섹스하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빨리 불러봐. 응? 헉헉"
"저, 정우야."
"응. 그래 내가 정우라고 생각해. 넌 지금 정우랑 하고 있는 거야."
"자기야."
"아. 너무 좋아. 지금 너 정우랑 하고 있는 거 맞지? 그렇지? 헉헉.."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흥분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아... 좋아... 헉헉. 네가 다른 남자랑 진짜로 했으면 좋겠어."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내 몸이 굳는 것을 남편도 느낀 듯했다. 남편이 멈췄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발기 되었던 자지가 힘을 잃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아니라..."
"정우 얘기는 왜 자꾸 해? 난 자기가 첫사랑이고 첫 키스이고 첫경험이야. 왜 그런데 자꾸 그 애 얘기를 하라고 해? 나 의심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그럼 뭐야? 내가 싫어진 거야? 그래서 다른 남자한테 줘버리고 싶은 거야?"
눈물을 글썽이는 내게 남편이 한참 만에 말을 꺼냈다.
"사실 나도 요즘 많이 고민했어. 이상하게 성욕도 안 생기고, 발기도 잘 안되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 흥분이 되고 발기도 되고..."
"무슨 생각?"
"네가 다른 남자랑 하는 생각..."
"뭐?"
다시 들어도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해?"
"몰라. 그런데 그런 걸 어떻게 해. 예전엔 네가 다른 남자랑 얘기하는 것만 봐도 질투 났었는데, 요샌 이상해. 네가 다른 남자한테 안기는 상상만 해도 흥분되고 미치겠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가 변태라고 생각할 거 알아. 나 변태 맞나봐. 요즘에 스와핑 하는 사람도 많고 쓰리섬 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난 솔직히 스와핑보다 쓰리섬 꼭 한번 해보고 싶어."
나는 멍하니 남편 얼굴만 바라봤다.
"내 사랑이 변한 거 아니야. 나 여전히 너 사랑해. 그런데 그거 한번 꼭 해보고 싶어.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그렇다는 거야."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건 미친 사람들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설마 내 남편이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질투심이 많았던 사람... 대학 시절 알바도 못 하게 했던 사람이 남편이었다. 그런데....
한번 말문이 열린 남편은 계속 그의 생각을 쏟아냈다.
"난 네가 좀 더 성적으로 개방되었으면 좋겠어. 솔직히 난 다른 여자랑 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냥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야. 네가 다른 남자랑 하고 즐기고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어.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도 있어. 거기 들어가서 거기 있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그들도 우리랑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거 알 거야."
더 이상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남편도 따라 나오지 않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어떻게 그런....'
너무 서러웠다.
밤새 울다 얼핏 잠들었는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눈을 떠보니 이불이 덮여 있었다.
일어나서 아무 말 없이 아침 준비를 하고 식탁에 밥을 차려놓고 남편이 밥을 먹고 출근 준비하는 동안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거실에 홀로 앉아 서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이었다.
'누구지?'
"여보세요?"
"거기 한상수 씨 댁인가요?"
"네, 맞는데요."
"여기 00 병원인데요. 한상수 씨가 사고를..."
정신없이 뛰었다.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도 못하고 신발을 제대로 신었는지 살필 겨를도 없었다. 지갑과 핸드폰만 챙긴 나는 병원을 향해 정신 없이 달려갔다.
어떻게 택시를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가면서 온갖 잡생각들이 다 들었다. 아침에 쌀쌀맞게 그를 보냈던 것도 생각났고, 인사도 못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자기야. 자기야...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입으로 나오는 말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저 살아만 있었으면 했다. 지난밤 서운했던 것도 다 잃어버렸다. 그까짓 게 뭐 대수라고 그를 그렇게 보냈나 후회도 됐다.
사색이 되어 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