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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부부들 - 제 28화


2026.05.09 조회수 340,992회


 


토요일 아침, 주혁이 운전하는 SUV가 우리 집 앞에 섰다. 엘리나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얼른 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난번 정선 가서 그 난리통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정선이라니... 제발, 아무 일 없이 즐겁게만 놀다 오길, 마음속으로 몇 번씩 되뇌었다.



차가 출발하고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분위기는 예상외로 아주 좋았다. 세 사람 모두 지난번 일을 말 안 하고 피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로 한 듯했다. 



수잔나와 주혁은 여전히 말만 하면 서로 웃겨대고, 티키타카가 잘 됐다. 지난번 같았으면 은근히 거슬렸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이 기분 좋은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스키장으로 향했다. 장비를 받고 곤돌라에 전부 나란히 앉자, 주혁은 휴대폰으로 우리 넷의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세 사람은 깔깔대며 떠들었다. 



주혁은 자신이 있는지, 우리 넷 중 유일하게 보드를 타고, 슬로프에서 능숙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스키를 타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몇 번 넘어졌지만, 그래도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아서 금방 감을 잡았다. 



문제는 여자들이었다. 수잔나와 엘리나는 한 사람이 넘어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넘어지고, 같이 얽혀 굴러가고, 다시 일어나서는 또 웃으며 넘어지고, 난리였다.



보다 못한 주혁과 내가 그들을 잡아주기로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바뀌었다. 나는 엘리나의 장갑 낀 손을 잡고 균형 잡는 법을 알려줬다. 가까이 들여다본 그녀의 얼굴은 볼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어우, 진짜 못 하겠어. 어려워.”



그 모습이 귀여웠다. 옆에서는 주혁이 수잔나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잡아주며 천천히 밀어주고 있었다. 누가 보면 두 사람은 연인 같아 보였지만 나는 일부러 시선을 거뒀다. 오늘은 그냥 즐기면 되는 날이었다.



해가 질 무렵, 우리 넷은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에서 하나둘씩 신발을 벗는데, 갑자기 진하게 풍기는 발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씨, 누구야?”



주혁이 코를 막으며 웃었다. 수잔나는 자기 발을 들어 코에 갖다 대더니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맡아보니 내 것도 아니었다. 결국 엘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 내 발냄새인가 보다.”



“아유, 진짜. 당신부터 씻고 와.”



주혁과 수잔나는 그녀를 보고 웃고 있었지만, 엘리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게 미묘한 전율이 등을 타고 흘렸다. 처음 맡아보는 그녀의 체취에 잠자든 가학적인 욕구가 깨어났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모두 밥부터 먹어야 했다. 내가 서둘러 씻고서는 고기를 꺼내 구웠다. 숯불 향이 퍼지고 네 사람의 잔이 부딪치자, 조금 전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오늘 제대로 달려보자!”



주혁이 소리치며 소주를 가득 따라줬다. 



빈 술병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어느덧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서 앉아 있었다. 



시작은 내가 먼저 했다. 내 옆에 앉은 엘리나에게 고기 한 점을 쌈에 싸서 먹여 줬다.



“와, 잘 먹네.”



나는 그녀를 어린애 다루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주혁과 수잔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우리 둘만 한잔할까?”



그 둘은 함께 술을 따르더니 러브 샷을 했다.



그렇게 바비큐장을 정리하고 실내로 들어 온 우리는 계속 음주를 이어갔다.



공기가 부드럽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술기운이 돌면서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내 좆까지 반쯤 일어서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술 덕에 용기가 났다.



“나, 요즘 궁금한 게 있어.”



“뭔데요?”



“주혁이 너랑 엘리나는 혹시 섹스 판타지 같은 거 없어? 나는 발 페티시를 좋아하지만...”



주혁이 헛기침을 하며 웃었다. 그의 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 술잔을 마저 비우고 나서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 숲이나 해변 같은 야외에서 한 번 떡 치는 게 소원이에요. 아직 한 번도 엘리나랑 그런 적 없거든요.”



엘리나가 주혁의 팔을 툭 치며 웃었다. 야외라니, 상상만 해도 무척 흥분됐다. 엘리나의 뺨이 발그스레하게 변했다.



이제 엘리나 차례다.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엘리나에게 향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그런 건 모르겠고, 남자보다 내가 먼저 사정하는 게 소원이야. 보통 남자들이 먼저 가잖아? 나부터 절정 느끼고 싶어.”



그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나의 솔직한 모습이 귀여웠고,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수잔나를 바라봤다.



“당신은?”



수잔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는... 섹스하면서 야한 말도 주고받으면서 해 보고 싶어. 뭐랄까, 그러면 진짜 흥분되거든.”



각자의 비밀이 드러났다. 나는 잔을 들며 생각했다. 이 소원들, 다들 파트너에게 바라는 거였을 텐데,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아 보였다.



“음, 다들 각자의 파트너에게 아직 못 이룬 거 많을 것 같네... 오늘 밤에 한 번 해 보자. 야외? 야한 말? 발 페티시? 다 할 수 있어.”



“오늘은 안 돼요. 밖에 저렇게 추운데 어떻게 나가요. 호호.”



주혁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는 형님은 또,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음...”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아무리 우리가 스와핑까지 했어도 이거는 그보다 훨씬 선을 넘는 것이었다. 침만 꼴깍 삼키며 위스키 두 잔을 단숨에 비웠다. 용기가 좀 더 필요했다.



“한 방에서 파트너 바꿔서 같이 하는 거...”



“네?”



주혁은 손뼉을 크게 치며 웃었고, 엘리나는 경멸하듯 고개를 저었지만, 호기심이 있어 보였다. 수잔나도 손을 모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술기운이 우리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고, 마음속의 판타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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