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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부부들 - 제 32화


2026.05.10 조회수 315,664회


 


수잔나의 말이 끝나는 순간, 가슴에 힘이 빠지며 긴장이 풀렸다.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리고, 엘리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밀려왔다.



지금 얼마나 비참함을 느끼며 무너져 있을까? 안타까웠고, 이 모든 걸 일으킨 주혁이, 보이면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솟았다.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치고 올라와 분류조차 할 수 없었다. 



고속도로 출구에서 빠져나왔다. 머리 위 푸른색의 이정표가 전조등에 번쩍일 때마다 내 마음도 기묘하게 갈라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겠어?”



수잔나의 물음에 나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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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초인종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문을 열었다. 엘리나는 이미 한바탕 울음을 쏟아낸 얼굴이었다. 눈두덩이는 부어 있었고, 코끝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와 줘서 고마워...”



수잔나가 말도 없이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엘리나는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심주혁 이 새끼를 진짜...



“일단, 나가자.”



“어딜?”



“시내 가자. 타종식 보고 싶다고 했잖아.”



“지금?”



“그래. 나가서 바깥 공기 좀 쐬면 나아질 거야. 옷 입어.”



수잔나는 엘리나의 팔짱을 끼면서 위로해 주었다. 수잔나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도로가 많이 막혀 겨우 시내에 도착했다. 겨우겨우 주차하고 나니 밤 11시 52분이다. 종각 주위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어 가까운 곳에서 타종을 보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공원 끄트머리의 대리석 옹벽으로 갔다. 거기도 이미 몇 사람이 서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엘리나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수잔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뭐라 말을 건네면,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여기 온 의미가 있었다.



“곧이다!”



누군가 외쳤다.



11시 59분 40초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어 올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전광판 숫자가 ‘10초 전’에 이르자,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10, 9, 8, 7, 6, 5, 4, 3, 2, 1...



폭죽이 하늘을 갈랐다. 새까만 밤하늘을 뚫고 올라간 불꽃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새해가 왔음을 알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수잔나는 활짝 웃으며 내 어깨를 톡 쳤다.



“자기도.”



엘리나는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불꽃을 올려다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이 밤, 우리 세 사람, 특히 엘리나가 다시 웃는 모습... 지독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디 가서 한잔할까?”



하늘을 수놓던 불꽃이 사그라질 무렵,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시내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가게마다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두 여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배달 앱으로 이것저것 시켰는데, 문제는 음식이 전혀 올 기미가 없다는 거였다. 예상 도착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리고, 결국 우리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집에 있는 술부터 개봉했다.



캔맥주 몇 개와 소주 한 병을 꺼내자, 엘리나는 잔에 소주와 맥주를 마구 섞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벌컥벌컥 마시더니 이내 한 잔을 비웠다.



“천천히 마셔.”



내가 말하자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진짜 소맥은 최고의 술이야.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상이라도 줘야 하는데... 호호.”



엘리나의 얼굴에 남아 있던 슬픔도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맥주 4병과 소주 한 병을 비웠을 때, 겨우 음식이 도착했다. 음식은 이미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엘리나와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수잔나는 씻고 오겠다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거실에 우리 둘만 남게 되자,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엘리나의 얼굴은 아직도 붉었고, 잔에 남은 마지막 소맥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좀 괜찮아졌어?”



엘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희 둘 덕분이야. 고마워. 근데...”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눈을 피했다.



“미안해... 너희 포항 놀러 가는 거, 내가 다 망쳤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난...”



잠시 망설였다.



“너랑 이렇게 있는 게 더 좋아.”



“....”



“주혁이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엘리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피가 아래로 한꺼번에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 좆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대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래?”



내 육봉은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충실하게 반응한 상태였다. 엘리나는 피식 웃더니, 손끝으로 내 바지 위의 불룩한 부분을 슬쩍 문질렀다.



“뭐야? 나 안아줬다고 이렇게 돼?”



그녀의 목소리가 장난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떨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욕실 샤워기에서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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