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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부부들 - 제 34화


2026.05.10 조회수 316,957회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며칠이 훌쩍 흘러갔다. 수잔나는 겨울방학 특강을 해야 하는 관계로 학생들의 방학과는 상관없이 계속 출근했다. 그런데, 일이 많다면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계속되었다. 일의 특성상 잔업을 할 리가 없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의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번에 봤던 카톡 대화도 그렇고, 정선 여행 갔을 때 단둘이 뒹굴던 것도 그렇고, 특히 우리 넷이 함께 모이고 난 후에는 그녀의 행동과 말투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월 셋째 주의 토요일... 수잔나는 주말 수업이 잡혔다면서 집을 나섰다. 나는 잘 다녀오라는 말만 했다. 집 청소를 하면서 쓰레기봉투를 묶으려던 순간, 무언가가 내 눈에 띄었다.



“?”



파란색으로 된 종이 밴드였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펼쳐보니 놀이동산 이름이 적혀 있고, 지난주 토요일의 날짜가 찍혀 있었다. 



그날은 수잔나가 수업이 있다면서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왔던 날이었다.



“.....”



나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기에 마냥 의심할 수는 없다. 일 끝나고 어학원 동료들하고 같이 갔을 수도 있지 않은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어머, 경률아!”



엘리나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 목소리를 듣자,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주말인데 뭐 하고 있어?”



“음... 경률이 네 생각을 하고 있었어! ㅎㅎ”



“풉. 흐흐.”



웃자고 한 그 말이 왜 이렇게 내 가슴을 후벼 팔까? 한숨을 내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보고 싶어...”



“어?”



“별일 없으면 만날래? 데이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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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북문 쪽으로 접어들자,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파 속에서 그녀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면서 추위를 이겨냈다. 


이따금 스치는 찬바람에 엘리나의 머리카락이 얼굴로 흩날릴 때마다, 무심한 척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 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항상 차가운 현실과 마주친다. 엘리나는 절대 나의 여자일 수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괜찮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관계이긴 하지만,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근처의 룸식 술집에 들어갔다. 일부러 나란히 앉았다. 



엘리나가 안주로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고 했다. 술잔이 몇 번 오가자, 분위기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렇게 나와도 괜찮아?”



“응, 괜찮아. 주혁이도 오늘 집에 없거든.”



“요즘, 주혁이랑은 어떻게 지내?”



“잘 못 지내... 당장 이혼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보니까 말도 없이 나갔더라고...”



“그랬구나.”



엘리나가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한 잔을 비우기가 무섭게 또 한 잔을 따르고 들이킨다. 이쯤 되면, 엘리나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주혁이 말이야... 아마, 수잔나 만나고 있을 거야.”



엘리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말했다.



“나도 알고 있었어.”



“정말?”



“응...”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주혁이가 요즘 수잔나와 나를 대놓고 비교질 한다?”



“?”



“우리 넷이 정선 여행 다녀온 후부터야.”



“비교를... 어떻게 하는데?”



“수잔나처럼 좀 날씬해져 봐라, 왜 이렇게 살을 못 빼냐, 심지어 일자리까지... 그 어학원 그만둔 것도 내가 잘못이라고 몰아가질 않나.”



말문이 막혔다. 엘리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뭐라는 줄 알아? 요즘은 나하고 잠자리하기가 싫대.... 내 몸을 보면 좆이 안 서네 어쩌네...”



엘리나는 북받쳤던 울음을 삼켰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안았다. 



‘엘리나가 어때서? 살집 조금 있는 게 그렇게 못 봐 줄 꼴인가?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 여자를... 심주혁 이 새끼, 진짜...’



나는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삼키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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